음악

[스크랩] 부속가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하여

teles 2012. 3. 20. 14:28

** 아래 윤재 바오로님께서 올려 논 부속가에 관한 글을 읽다가 오래전에 써 놓은 글이 생각나서 이곳에 다시 옮겨 놓습니다.

 

 

부속가(Sequenza):가톨릭 전례음악에서 인노와 함께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성가가 바로 부속가이다. 지금 새로 바뀐 전례지침서에서는 부속가에 대한 중요성이 많이 희석되어 있지만 불과 한 세기 전까지만 해도 부속가는 알렐루야와 거의 동격으로 취급되었다. 다시 말해 복음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알렐루야를 부른 뒤 다시 복음내용과 맡는 성시 또는 산문에 멜로디를 붙여 노래한 것이 부속가였다. 따라서 부속가를 부를 때는 반드시 일어나야 했다.

 

부속가를 부를 때 서야 되는가? 또는 앉아야 되는가? 부속가가 알렐루야 전이냐? 후냐? 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전례에 관한 질의응답의 전문 싸이트인 전례학 동호회(http://www.liturgia.org)라는 홈페이지에서 그 분야의 전문가들에 의해 다룰 문제라고 생각된다. 다만 본인의 성음악 다락방에서는 부속가의 유래와 발전단계 그리고 성음악적인 면에 대해서만 취급하도록 한다.

 

부속가도 인노와 마찬가지로 밀라노 전례의 시조로 일컫는 성 암브로지오에 의해 처음 전례 안에 삽입되었다. 성 암브로지오는 복음을 더욱 장엄하게 선포하기 위해 복음과 알렐루야 사이에 부속가를 더 만들었는데, 초창기에는 부속가가 두 개가 있었다. 처음 부속가는 알레루야 전에 불렀고 두 번째 부속가는 알렐루야 다음에 불렀다. 부속가 - 알렐루야 - 부속가 - 복음으로 이어지는 전례가 부속가 없이 알렐루야 - 복음으로 이어지는 것보다 훨씬 더 장엄했음은 우리가 느낌으로 알 수 있다.

 

성 암브로지오는 알렐루야(Alleluia)의 마지막 음절인 "-ia"위에 있는 멜리스마적인 음들에서 기본음들만 발췌해 간단한 멜로디를 구성하고 다시 성시를 가사로 붙여 놓았는데 이것이 바로 부속가의 효시가 된다. 그리고 이 성가가 알렐루야에서 인용되었다고 해서 라틴어의 "Sequens(그 다음, 이어서라는 뜻)"를 사용해 "Sequentia(이탈리아어로는 Sequenza)"로 명명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부속가는 밀라노에서 처음 시도되었지만 10세기 이전까지는 인노와 그레고리오 성가의 후광에 가리어 이탈리아 안에서는 큰 발전을 하지 못했다.

 

성 암브로지오 이후 부속가는 이탈리아에서 보다 스페인으로 건너가 그 곳에서 발전을 했는데 그 때가 약 6세기경으로 밝혀지고 있다. 지금도 모자라비꼬 수사본에는 부속가 수 십편이 남아 있다. 그리고 다시 이 부속가는 갈리아 지방(지금의 프랑스 남부)으로 전파되었다가 10세기 경 스위스의 상갈렌에 있는 분도회 수도원으로 다시 전파되었고, 이 때부터 비로서 부속가는 정형적인 산문시의 규칙적 운율을 가지고 정리된 것이다.

 

부속가의 전파과정을 다시한번 정리해 보면 이탈리아(밀라노)-스페인-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로마)다.

 

서양 음악사에서 일부 학자들은 상갈렌 수도원에서 전례음악 책임수사 였던 Notkero Balbulo(912년 선종)가 부속가를 최초로 시도한 사람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 까닭은 수사본들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중세기 이후 부속가는 인노와 함께 교회 안팎에서 크게 유행했다. 그러면서 원래의 전례용 또는 교육용이라는 목적을 상실하고 일종의 대중가요처럼 번진 것도 사실이었다. 중세기 교회음악사를 보면 세속음악이 가사만 탈바꿈하여 미사곡으로 사용되기도 했고, 이와 반대로 미사곡이 가사를 바꾸어 세속음악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지금도 유명히 알려져 있는 Palestrina의 미사곡 Sine Nomine의 주제는 당시 이탈리아에서 크게 유행했던 사랑의 연가 마드리갈에서 따 온 것이다. 지난 1970년 대 한국에서 크게 유행했었던 대중가요 "사랑해 당신을"이라는 멜로디가 가사만 바꾸어 미사곡으로 사용했다고 가정해 보자. 신자들은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하고 미사곡을 부르고 있지만 사랑해 당신을 이라는 유행가 멜로디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유형의 성가들은 세 차례에 걸쳐 계속되었던 트리엔트 공의회(1545-47, 1551-52, 1561-63)에서 된서리를 맞았다. 당시 공의회에서는 미사곡 특히 Kyrie와 Agnus Dei 앞에 긴 성시를 먼저 노래했던 Troppi(뜨로피)들을 모두 삭제했다. 그리고 트리엔트 공의회 이후 전례를 재정리했던 교황 비오 5세때 부속가들 거의 대부분이 없어지고 대신 네 곡만 남게 되었다. 지금 트리플렉스에 수록되어 있는 Stabat mater dolorosa는 1668년 성모님 고통을 현양하는 미사(septem dolororum B.M. Virginis)에 삽입되었다.

 

현재 남아있는 부속가들에 대한 소개를 하면 다음과 같다.

 

1. Victimae paschali laudes : 헨리 3세의 지도 신부였던 Vipone(1000-1046)가 작곡했으며 원본은 아인시델른 제 336번 수사본에 있다. 성모님과 막달레나의 대화체로 씌여 있는 성시에 곡을 붙인 것으로 부속가의 대명사처럼 되어 있으며 중세기 때는 이 곡을 테마로 사용해 성극(Dramma liturgico)도 했다고 한다. 성극은 독일지방에서 크게 유행했었으며 이 부속가는 지금도 부활 대축일 미사 때 부르고 있다.

 

2. Veni Sancte Spiritus : 이 곡은 성령강림 대축일 미사 때 부르며 작곡자는 켄터베리의 대주교였던 Stephan Langton(+1228)으로 밝혀져 있다.

3. Lauda Sion Salvatorem : 가톨릭 교회의 대 학자 토마스 아퀴나스가 지은 성시에 곡을 붙인 것이다. 작곡자는 불분명하나 이 곡과 매우 흡사한 "Laudes crucis attollamus"를 작곡한 Adam de St. Victor일 것으로 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 부속가는 후일 성체와 성혈 대축일이 선포되면서 대축일 미사전례 시 부르도록 했다.

 

4. Dies ira dies illa : 이 부속가는 위령미사 때 부른다. 작곡 미상으로 되어 있는 이 곡은 성 프란체스꼬의 친구로서 성인의 자서전을 썼던 첼라노의 톰마소(Tommaso da Celano +1256)수사에 의해 크게 전파되었다. 그리고 나폴리 국립 도서관과 몬테 카시노 도서관에 12세기 때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 부속가의 일부가 발견되기도 했다. 그런데 현행 로마 미사 지침서에서는 이 부속가를 삭제하고 대신 "Laeta dies"로 교체했다.

 

5. Stabat mater dolorosa : 이 부속가는 또디의 야꼬뽀네(Jacopone da Todi)에 의해 1303년에서 1306년 사이에 작곡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14처 기도 행렬 시 부르는 고통의 어머니는 제 2선법으로써 13세기경 부터 Via crucis(14처 기도)를 할 때 불리 워 진 것이다. 그리고 이 부속가는 17세기 중엽 이후 교회전례 안에서 부르도록 허락되었다.

 

원래 부속가는 성가대와 회중, 또는 독창자와 회중이 다 함께 부르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이미 극에 달해 있었던 그레고리오 성가의 쇠퇴와 제 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자국어 미사를 허용함에 따라 라틴어의 사용빈도가 교회전례 안에서 줄어지면서 그레고리오 성가는 더욱 침체되었다. 따라서 부속가를 성가로 부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며 특별한 그레고리오 성가 교육을 받지 못했고 접해 보지도 들어 보지도 못한 일반 신자들에게는 더욱 그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활 대축일과 성령강림 대축일 부속가는 반드시 노래로 불러야 한다는 교황청 전례 지침이 있으나 사실 이를 그대로 따르는 교회는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런데 1972년 교황청 전례위원회에서 발표한 규정 집을 보면 부속가는 성가대와 독창자 또는 성가대를 둘 로 나누어 서로 교송형태로 부를 수 있다고 명백히 밝히고 있다.

 

그리고 상기 규정 집에서는 부속가를 알렐루야 바로 전에 부르며 앉아서 불러야 한다고 못 박아 놓았다. 부속가가 알렐루야에서 비롯되었다는 전례사적 의미를 완전히 무시한 처사다. 부속가는 제 2 독서와 전혀 관계가 없다. 실기에 대한 지식은 전혀 없는 이론가들의 탁상머리 전례논쟁이 빚어 낸 과오였다고 본인은 주장한다. 따라서 로마를 비롯해 유럽의 성음악 학자와 뜻 있는 일부 전례 학자들은 교황청 전례위원회를 상대로 부속가를 다시 예전 위치로 되찾아야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해 부속가는 알렐루야 다음에 부르며 일어나야 하고 끝에 아멘과 알렐루야를 노래하도록 말이다. 그와 함께 삭제해 버린 "Dies ira dies illa"도 다시 복원시킬 것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노력들이 언젠가는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로마 전례가 뿌리 깊은 로마의 본당들에서 부활 대축일 미사 때 부속가를 알렐루야 다음에 부르고 있으며 아멘과 알렐루야로 종결하고 있는 본당들이 제법 많다.

출처 : 성 비오 교회음악 연구소
글쓴이 : 마에스뜨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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