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시성과 종성(1-2)
3. 종성(Release)
"어떻하면 종성(終聲)을 잘 발성할 수 있을까?" 라고 하는 문제는 "어떻게 하면 시성(始聲)을 잘 발성할 수 있을까?" 라고 하는 문제와 함께 성악에 관계하는 모든 사람들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할수 있다. 종성이 잘 되고, 못 되고에 따라서 이미 현실화가 된 합창 전체에 대한 느낌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잘 연주된 합창이 종성이라는 한 순간의 잘못으로 인하여 영향을 받게 되는 경우는 종종 있는 일이다. 그리고 시성이 음악으로 표현하는 시작의 인사라고 한다면 종성은 음악으로 표현하는 마지막의 인사라고 할 수가 있다. 따라서 인사를 잘 해야 하는 것과 같이 종성의 발성도 잘 해야만 된다.
"종성이란 무엇인가?" 라고 할 때, 종성은 직접적으로 마지막 음표에 관계되는 것을 의미하지만 포괄적으로는 마지막 음표를 포함하는 전 .후의 관계에 의해서 존재하게 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종성에 대하여 논의하는 것은 종성 이전과 종성, 그리고 종성 이후 등의 관점에서 할수 있다. 종성 이전이란 종성의 준비를 의미하는 것이고, 종성이란 종성의 진행(종성의 시작과 끝)을 의미하며, 종성 이후란 종성의 정리를 의미하는 것이다.
가. 종성의 준비
합창 전체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종성이 되기 위해서는 종성을 표현하기 이전에 종성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준비를 하되 충실히 해야 한다. 이 세상에 준비없는 일이란 존재할 수 없으며, 준비가 어느 정도로 충실한가에 따라서 일이 성취되는 수준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종성이 나타나기 이전에 종성이 잘 표현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노력을 해야 한다.
"종성의 준비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인가?" 라고 할 때 종성의 준비는 1) 마지막으로 울리는 음표의 바로 앞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보는 견해와, 2) 마지막으로 울리는 음표가 포함되어 있는 그 Phrase 의 처음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으나 여기서는 그 설명을 생략하겠다.
종성의 준비는 시성이 네 가지의 관점에서 이루어진 것과 같이 네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종성에 이르르게 되면 합창이 끝나게 되었다는 안도감을 느끼게 되고, 이로 인하여 자세가 이완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종성의 준비는 자세가 이완되지 않고 앞으로 연주를 더 계속할 때와 같은 자세를 유지해야만 한다.
둘째, 종성은 정확한 음정으로 노래되어야 한다. 그리고 종성이 정확한 음정으로 노래되기 위해서는 그 앞의 음정(音程)을 정확한 음정으로 노래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마지막 음표의 바로 앞에 있는 음표를 정확한 음정으로 노래해야 한다.
세째, 마지막 음표의 울림은 충실하게 울려져야 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호흡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종성의 준비를 할 때 종성이 충실하게 울려질 수 있도록 공기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네째, 마지막 음표의 바로 앞에 있는 음표의 가사를 발음할 때 마지막 음표의 가사가 잘 발음되도록 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해야 한다..
나. 종성의 진행
종성이란 마지막 음표(音表)가 울리는 소리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마지막 음표가 지니고 있는 싯가(時價) 만큼의 길이를 가지고 있다. 또 종성의 경우 합창이 끝나는 지점과 음악이 끝나는 지점, 그리고 연주가 끝나는 지점들이 다르다고 할 수가 있다. 합창음향이라는 관점에서 합창이 끝났다고 해도 음악이 끝난 것이 아니고, 합창 음악이라는 관점에서 음악이 끝났다고 해도 연주가 끝난 것이 아니다. 음향학적인 울림은 존재하지 않지만 심리적인 울림으로의 여운은 존재하는 것이고, 여운은 존재하지 않지만 연주로서 이어지던 행위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종성에서의 자세는 합창이 끝나는 지점에서 이완되는 것이 아니라 합창 음악이라는 관점에서 음악이 끝나는 지점까지 긴장이 계속되었다가 이완되어야 한다. 비록 합창의 울림을 끝내는 행위는 했지만 음악이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성에서는 자세의 긴장 상태가 합창이 끝난 후에도 지속되도록 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자세를 취해야 한다.
둘째, 종성에서의 음정은 시작과 끝의 경우에 달라질 가능성이 많다.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서 음정을 일정한 높이로 지속시킨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성이 진행될 때 음정이 일정한 높이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즉, forte의 경우는 동일한 높이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하고, piano의 경우는 종성의 시작보다 끝이 약간 높아지는듯이 느끼도록 노력해야 한다.
세째, 종성에서의 호흡은 실제로 합창이 끝나는 지점, 즉 종성의 끝에서 정지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상상으로 음악이 끝나는 지점까지 호흡을 계속한다고 생각하고 종성을 끝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종성의 울림은 보다 충실하여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종성의 끝에서 호흡을 정지시킬 때에는 목으로 정지시키지 말고 호기의 흐름으로 차단하는 방법으로 정지시켜야 한다.
네째, 종성에서 가사의 발음은 종성의 시작과 진행과 끝에 모두 관계가 있으나, 그 내용과 방법은 시성의 가사 발음 내용을 참고하기 바란다.
다. 종성의 정리
종성의 정리(整理)라고 하는 것은 종성이 끝난 이후에 음악이 끝나는 지점까지의 과정(過程)과 음악이 끝난 이후에 연주가 끝나는 지점까지의 과정에서 해야 할 일들을 의미한다.
첫째, 합창의 끝에서부터 음악이 끝나기까지의 사이는 합창에 관계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활동이 정지되는 순간이다. 음향학적인 합창의 울림은 들리지 않지만 종성이 끝나는 그 순간의 느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순간이다. 이 순간은 모든 사람들이 종성의 울림을 생각하면서 심리적인 음향을 듣고 있는 시간이다. 따라서 이 순간에는 1) 자세는 종성을 끝낼 때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한다. 2)울림의 감각이라는 관점에서 음정을 느끼고 있어야 한다. 3)호흡은 정지되어 있어야 한다. 4)입모양은 마지막 가사를 발음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이 순간은 순간적으로 정적이 감돌고 있는 기간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죽어 있는 정적이어서는 안된다. 그 상태에서 다시 노래를 사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 정적이어야 한다.
둘째, 음악의 끝에서부터 연주가 끝나기까지의 사이는 정적의 순간이 지나고 새로운 활동이 시작되는 기간이다. 자세는 이완되고, 호흡은 평상시의 호흡을 하게 되고, 입모양은 보통 때와 같아지고, 음정은 생각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합창을 하기 위하여 취했던 행위를 원상태로 돌리는 행위를 하게 된다. 연주가 시작되어서부터 모든 행위를 끝내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 참고서적 : 이택희 저 '합창론'